한인 시계점 떼강도 사건…경찰 추격 '영화 한 장면'
'코리아타운플라자 세인트크로스 떼강도' 사건은 경찰 말대로 영화였다. 비토 팔라졸로 올림픽경찰서장은 영화 '오션스 일레븐' 같다고 했다. 치밀하고 과감한 범행. 꼼짝없이 당할 수밖에 없었다. 경찰의 추격도 영화였다. (범인들도) 꼼짝없이 당할 수밖에 없었다. 8시간 만에 용의자 10명 전원 체포. 추격은 전화 한 통화로 시작됐다. "여보세요. 뉴욕 롤렉스 센터입니다." 다행이다. 전화를 받는 사람이 있었다. 동부 시간으로는 이미 밤 10시가 다 된 시간이라 통화 연결이 안 될 가능성이 컸다. 롤렉스의 위성항법장치(GPS) 추적 시스템을 관리하는 직원이 비상 상황에 대비해 자리에 남아있었다. 이제부터가 관건이었다. 사건이 터진 지도 벌써 한 시간 남짓. 강도들은 이미 LA를 벗어났을 터였다. "LAPD K경관입니다. 협조가 필요합니다." 한 손에는 뉴욕과 연결된 휴대폰을, 다른 손에는 헬기 유닛 직통 무전기를 잡았다. 눈 앞에는 동료가 든 LA 전체지도가 펼쳐졌다. 그런데 시작부터 난관에 부딪혔다. "엘파세오 스트리트! 아니, 볼티모어 애비뉴! 아, 스티븐슨 애비뉴 진입!" 뉴욕에 있는 롤렉스 직원은 작은 골목길 이름을 댔다. 인근 주요 건물이나, 지역명, 도로명을 대면 쉽게 쫓을 수 있는 상황인데. "아니, 지도에 인근 큰 건물이나 대학교, 공원, 뭐라도 없어요?" K경관이 소리쳤다. "몰라요. 내가 뭐 압니까. 다시 볼게요." 동료 경관이 외쳤다. "수사관님, 볼티모어 애비뉴 찾았어요. 몬테레이 파크 쪽!" 찾았나 싶더니, 다시 롤렉스 직원이 소리쳤다. "아, 포트레로 애비뉴 진입!" 예측했던 몬테레이 파크에서 한참 벗어난 지역이 지도에 떴다. 갑자기 헬기 유닛 서전트가 무전기로 소리쳤다. "뭐 하는 거야, 헬기 어디로 가라고?" 식은땀이 흘렀다. GPS 시스템을 이용해 잡을 수 있다고 본부에 이미 보고를 했고, 많은 경찰력이 집중돼 K경관의 무전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때였다. "프리웨이! 프리웨이! 로즈미드 옆! 깁슨 로드 옆!" 용의자들이 탄 차가 10번 프리웨이 동쪽 방면 웨스트 코비나로 달리고 있다는 얘기였다. 헬기가 급히 용의자들이 탄 차량을 따라잡았다. 웨스트 코비나 주택가로 진입했던 용의 차량의 곡예 운전은 주민들을 위협했다. 순찰차가 도주로를 차단해 용의 차량을 한쪽으로 몰았다. 오후 8시. 약 한 시간의 추격전 끝에 용의자들은 두 손을 들고 차 밖으로 나왔다. 롤렉스사 직원과 K경관, 지도를 펼쳐 든 동료, 헬기 조종사가 펼친 입체 작전이었다. 오세진 기자